2025.04.06 새로운개혁교회 주일예배 “심문 받으시는 주님”(요한복음 18:28-40) – 김도완 목사

4월 5, 2025

Book: 요한복음

요 18:28-40/심문 받으시는 주님

250406 주일설교

1. 심문 받으시는 주님

다가오는 두 주는 기독교인에게 가장 중요한 절기인 종려주일과 고난주간 그리고 부활주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주일예배 뿐 아니라 수요기도회, 성금요기도회를 포함하여 예수님이 당하신 고난과 부활의 여정을 좇아가는 요한복음 본문으로 설교하겠습니다. 오늘 본문은 두 달 전 살펴보았던,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되신 주님이 대제사장의 관정에 끌려가 심문받으신 요한복음 18장 전반부의 사건에 이어집니다.

대제사장 가야바의 관정에서 심문받으신 예수님은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로마총독 빌라도의 관정으로 끌려가셔서 다시 한 번 심문받으십니다. 유대인들은 예수님이 악한 일을 한 사람이라는 모호한 주장을 하며 사형을 언도해 달라고 강한 압력을 빌리도총독에게 넣습니다. 빌라도는 관정으로 들어가 예수님을 심문하는데, 유대인의 왕이냐고 묻고 예수님은 당신의 나라는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고 답하십니다. 빌라도는 관정 밖으로 나와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에게서 아무 죄를 찾을 수가 없으니 명절마다 죄인 한 명을 놓아주는 관행을 따라 놓아주겠다고 하자 유대인들은 강도인 바라바를 놓아주고 예수님을 죽이라고 소리치는 것으로 오늘 본문이 끝납니다.

2. 세상에 속하지 않은 나라

빌라도와 예수님의 대화는 우리가 믿고 구하는 하나님나라가 어떤 곳인지를 가르쳐 줍니다.

(요 18:33) 이에 빌라도가 다시 관정에 들어가 예수를 불러 가로되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33절에서 빌라도가 예수님에게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고 물은 이유는, 유대인들이 빌라도에게 고발하기를 예수님이 자신을 유대인의 왕이라며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왕이지만 빌라도가 생각하는 눈에 보이는 유대왕국의 왕이 아니라 하나님나라의 왕으로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 36절입니다.

(요 18:36)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기우지 않게 하였으리라. 이제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예수님의 나라가 세상에 속하지 않았다는 말은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리스의 이원론 즉 물질과 영으로 세상은 둘로 나뉘어 있고 영의 세계가 진짜라는 플라톤의 세계관의 영향을 받은 후대의 교회는 하나님나라가 비물질적인 초월적 세계로서 이 세상 너머의 다른 시공간에 있는 나라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하늘 저 위에 그 나라가 있든지 혹은 현실과 다른 차원에 그 나라가 있어서 우리가 그 나라에 가려면 죽든지, 초월적인 이동을 하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성경에는 그런 곳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구하여서, 땅과 대비되는 하늘에 대한 묘사가 있고, 우편강도에게 ‘네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고 하셔서 사망 후 영이 거하는 낙원에 대한 묘사도 있으며, 사도 바울은 ‘세 번째 하늘에 이끌려 올라’ 간 자신의 초월적 경험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그럼 예수님이 말씀하신 당신의 나라가 이런 초월적인 시공간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3. 땅으로 임할 나라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나라는 이런 초월적 세계를 포함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개념입니다. 예수님은 37절에서 당신이 하나님나라를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고 하심으로 그 나라가 이 세상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암시하셨습니다.

(요 18:37) … “네 말과 같이 내가 왕이니라. 내가 이를 위하여 났으며 이를 위하여 세상에 왔나니 …”

주기도문을 보면 하나님나라가 이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새번역)

하나님나라가 어디로 오게 하시라는 기도입니까? 바로 뒤에 이어지는 기도가 답을 줍니다. 땅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곳도 땅이고, 나라가 임할 곳도 땅입니다. 저 하늘이 아닙니다. 하늘에서는 이미 그 뜻이 이루어졌고 그 나라가 임하였습니다. 이제 땅에서도 그 뜻이 이루어지고 그 나라가 임하여야 합니다.

4. 완성될 하나님나라

그러면 왜 예수님은 빌라도에게 당신의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을까요? 여기서 세상이란 이 땅 전체가 아니라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질서를 말합니다. 그 질서는 하나님의 뜻에 대항하는 마귀의 질서입니다. 생명이 아닌 죽음을, 정의가 아닌 불의를, 사랑이 아닌 미움을 구하는 질서입니다. 그 질서 아래에서는 힘과 권력을 가지고 두려움으로 통치하는 이가 왕이 됩니다.

반면 하나님나라란 예수님에 의해 이 땅에서 시작되었고 장차 완성될 질서를 말합니다. 죽음이 아닌 생명을, 불의가 아닌 정의를, 미움이 아닌 사랑을 구하는 질서입니다. 그 질서 아래에서는 정의와 사랑으로 다스리며 생명을 구원하시는 이가 왕이 됩니다. 바로 예수님 당신이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이끌고 군대를 일으켜 로마군과 싸우는 대신 그들에게 하나님나라의 질서를 따라 사는 법을 가르치고 그 법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여 마귀의 질서 대신 하나님의 질서가 땅에 임하도록 온세상 끝까지 파송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먼저 그 나라의 질서를 따라 사랑으로 죽으심으로 영광으로 부활하는 첫 열매가 되셨습니다. 이전에 땅에는 마귀의 질서가 가득 했지만 이제 예수님으로 인해 하나님나라의 질서가 침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므로 진리이신 예수님을 보고 그 말씀을 듣는 이는 이 땅에서부터 하나님의 질서를 따라 하나님나라에 속해 살아갑니다. 다시 37절을 보십시오.

(요 18:37) “… 내가 이를 위하여 났으며 이를 위하여 세상에 왔나니 곧 진리에 대하여 증거하려 함이로라. 무릇 진리에 속한 자는 내 소리를 듣느니라.” 하신대

언제까지입니까? 이미 하나님의 질서가 임한 하늘과 이제 임하기 시작한 땅이 하나로 연합하여 온전하게 하나님의 통치가 완성될 때까지입니다. 이것이 모든 시대 성도의 비전이자 소망입니다. 구약의 성도들이 바라본 비전을 보십시오.

(사 65:17) 보라,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나니 이전 것은 기억되거나 마음에 생각나지 아니할 것이라.

도한 신약의 성도들이 소망한 바이기도 합니다.

(벧후 3:13) 우리는 그의 약속대로 의의 거하는바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도다.

이는 장차 완성될 하나님나라입니다. 모든 불의와 거짓과 사망이 심판을 받을 나라입니다.

(계 21:1)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그러므로 하나님나라는 현재의 이 물리적 세상인 땅과 죽음으로 이 세상과 결별한 이들이 경험하는 초월적 세상인 하늘과 장차 그 하늘과 이 땅이 하나로 연합하여 완성될 새하늘과새땅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실재입니다. 이는 구약의 선지자들이 예언한 바와 같습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시작되어 마침내 완성될 이 나라에 대한 소망과 비전을 품으시기를 축복합니다.

5. 세상질서를 따르는 이

예수님이 다시 오셔서 새하늘과새땅을 완성시키기까지 이 땅에는 세상질서와 하나님나라질서를 따르는 이들이 섞여 살아갑니다. 오늘 본문에는 세상질서를 따르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종교지도자들입니다. 28절을 보면 그들은 예수님을 빌라도의 관정으로 끌고가지만 자신들은 거기 들어가지 않습니다.

(요 18:28) 저희가 예수를 가야바에게서 관정으로 끌고 가니 새벽이라. 저희는 더럽힘을 받지 아니하고 유월절 잔치를 먹고자 하여 관정에 들어가지 아니하더라.

이는 유대교 정결의식을 철저히 지키기 위한 노력입니다. 유대인의 가장 큰 명절인 유월절 제사를 드리고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그들은 철저히 정결을 유지해야 하는데 로마인과 같은 이방인과 접촉하는 것은 그 정결을 깨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정결한 사람들입니까! 그러나 그들은 이 모든 정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더럽혀져 있습니다. 바로 그들 마음에 가득한 살의 때문입니다. 31절을 보십시오.

(요 18:31) 빌라도가 가로되 “너희가 저를 데려다가 너희 법대로 재판하라.” 유대인들이 가로되 “우리에게는 사람을 죽이는 권한이 없나이다.” 하니

그들은 이미 예수님을 죽이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이 악의야말로 가장 사람을 더럽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정결규정을 철저히 지켜도 이런 악의와 악행을 저지르는 한 정결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이미 무엇이 정말 사람을 더럽히는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마 15:19)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적질과 거짓 증거와 훼방이니 (마 15:20)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요, 씻지 않은 손으로 먹는 것은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느니라.

손을 씻는 정결규정은 철저히 지키면서도 마음의 악의와 미움을 멀리 하지 않는 그들을 꾸짖으신 대목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예배를 열심히 드리고 봉사와 헌금과 선교를 많이 해도 우리 마음에 온갖 악의와 미움이 가득 하면 하나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 한 채 종교적 행위만 많이 쌓을 뿐입니다. 심판의 파도 앞에 한 순간에 사라지는 모래성만 쌓을 뿐입니다. 마음의 정결과 사랑으로 참된 예배자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6. 진리이신 예수님

반면 예수님은 하나님나라의 질서를 따라 사셨습니다. 38절을 보면 빌라도는 예수님을 심문하고 금방 그 분이 아무 죄가 없음을 발견하였습니다.

(요 18:38) … 이 말을 하고 다시 유대인들에게 나가서 이르되 “나는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하노라.”

예수님은 그런 악한 비난도, 고난도, 십자가의 죽음도 당하실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주님은 죄인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묵묵히 스스로 그 십자가의 길, 좁은 길을 가셨습니다.

(요 10:15)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와의 완전한 연합 속에서 사셨습니다. 하나님나라의 질서 속에서 사셨습니다. 세상에서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으시고 진리 안에서 진리 그 자체가 되어 사셨습니다. 빌라도의 법정에서, 세상에 속해 세상의 질서를 좇아가는 총독과 종교지도자들과 달리 예수님은 홀로 진리에 속해 진리를 따라 사셨습니다. 진리이신 예수님의 증언을 듣고 그 진리이신 예수님께 속한 자는 예수님처럼 하나님나라의 질서를 좇아 살아갑니다. 그는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고 예수님을 위해 죽음으로 오히려 부활합니다. 마 16:25을 보십시오.

(마 16:25) “누구든지 제 목숨을 구원코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으면 찾으리라.”

그러므로 오늘 여러분은 진리이신 예수님께 속한 자가 되시길 축복합니다. 빌라도는 안타깝게도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도 ‘진리가 무엇이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진리에 속한 자가 아니라 세상에 속한 자임을 이 무지한 질문을 통해 스스로 드러내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이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이 진리이심으로 깨달은 이는 그 음성을 듣고 이 땅에서도 하나님나라에 속하여 살아갑니다.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린 목자 예수님처럼 목자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좇아가는 양으로 살아갑니다. 이 땅에 임하신 하나님나라에 속하여 그 질서를 좇아 살아갑니다. 그런 이에게는 고난도 영광을 위한 과정이요, 죽음도 부활을 위한 관문일 뿐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삶은 어느 나라에 속해 있습니까? 세상나라입니까, 하나님나라입니까? 하나님나라에 속하여 진리이신 예수님의 뒤를 좇아가시기를 축복합니다.